[하루천자] 내 루틴의 천적

루틴이란,
자신이 바라는 것을 위해 공을 들여 노력하고 실천하는 것을 말하는데, 특히 그 바램이 단번에 이룰 수 있는 것이 아니라면 낙숫물이 바위를 깨듯 매일매일 조금씩 갈고 닦는 습의 과정을 말한다.

나 또한 나열하자면 어릴 적부터 참 많은 루틴을 세우고 무너지고 세우고 또 흐트러졌다.

학업 공부하기
운동하기
독서하기
영어회화 공부하기
정리정돈하기
감사 일기쓰기
재테크로 돈벌기
기타 연습하기
회사 전문성 쌓기
멘탈 단련하기
등등등

과거에 적어둔 루틴일지를 다시 읽어보았다. 목표의 방향성도 좋았고, 그걸 이루기 위한 작은 실천 과제들도 잘 정했다고 생각된다.

문제는 몰입하지도 못했고 지속적으로 실천하지도 못했다는 것이다.
일본의 야구천재 오타니는, 만다라트 계획표를 짜고 그걸 하나씩 지워나갔지만 나는 계획표만 계속 썼다 지웠다만 반복한 셈이다.

도대체 무엇이 잘못됐을까?

내가 루틴을 지속하지 못하는 데에는 일정한 패턴이 있었다.
- 루틴에 돌입한지 오래지 않아 집중력을 잃고, 노력에 대한 결과물이 어떤지 조급하게 확인하려고 한다.
- 바뀐 변화를 가늠하기 어렵거나, 결과가 미비하다면 회의감이 들면서 원동력을 잃게 된다.

환웅과 웅녀 신화에 나오는 호랑이가 내 모습과 꼭 닮았다.
인간이 되고자 어두운 동굴에 들어가 쑥과 마늘만 먹는 루틴을 하게 된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내가 얼마나 인간에 가까워졌는지 확인해보고 싶어한다.
하지만, 내 모습은 여전히 짐승 날 것의 모습이고, 변화된 낌새는 전혀 오지 않는다.
과연 이 루틴이 나를 인간으로 바꿀 수 있을지 의심이 들고, 언제까지 이걸 계속해야 할지 막연한 불안감과 답답함에 결국 동굴을 뛰쳐나가게 된다.

이 글을 쓰면서 계속 고민해봤다. 어떻게 하면 내 안의 천적을 물리칠 수 있을지.
그런데 여전히 잘 모르겠다.